전세사기는 계약서에 도장 찍는 순간에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집을 고를 때, 집주인을 확인할 때, 계약 당일, 잔금을 치르는 날, 입주한 뒤, 그리고 계약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단계마다 다른 수법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확실한 전세사기 예방 방법은 체크리스트 하나를 한 번 훑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고 그때그때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먼저 알아둘 대표 전세사기 유형

수법을 알면 어디를 봐야 할지가 보입니다. 자주 나오는 유형은 아래 여섯 가지이고, 오른쪽 칸이 그 유형을 막는 핵심 확인 사항입니다.
| 유형 | 어떻게 속이나 | 막으려면 |
|---|---|---|
| 임대권한이 없는 자와 계약 | 집주인이 아닌 사람이 집주인 행세를 하거나, 공인중개사가 임대인 몰래 계약한 뒤 보증금을 가로챔 | 등기부등본의 소유자와 계약 상대의 신분증 대조, 대리인이면 위임 관계 확인 |
| 이중 전세계약 | 같은 집을 두 명 이상의 임차인과 동시에 계약 | 계약 직후 주택임대차 신고, 입주 즉시 전입신고·확정일자 |
| 깡통주택 임대 | 집값보다 보증금이 높거나 비슷해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움 | 매매 시세와 전세가 비교, 선순위 대출·보증금 합계 확인 |
| 선순위 임차보증금 허위 고지 | 다가구주택에서 기존 세입자들의 보증금 규모를 속임 | 선순위 보증금 내역을 자료로 확인 |
| 계약 당일 담보권 설정·임대인 변경 | 계약 당일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집을 팔아 임대인이 바뀜 | 잔금 직전 등기부등본 재확인, 관련 특약 |
| 신탁회사 동의 없는 계약 | 신탁된 부동산을 신탁회사 동의 없이 임대 | 등기부등본에서 신탁 여부 확인, 신탁회사 동의서 요구 |
표를 보면 대부분의 사기가 등기부등본과 신고 타이밍으로 걸러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계약 당일 근저당이 잡히거나 집주인이 바뀌는 수법은 계약 전에 서류를 다 확인했더라도 당할 수 있어서, 잔금 직전에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꼭 필요합니다.
주거용 건물이 맞는지 건축물대장 확인
무허가·불법 건축물은 전입신고가 어려워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 원룸이나 빌라처럼 생겼어도 서류상 주택이 아닌 경우가 있으니, 건축물대장에서 용도가 주거용인지, 위반건축물 표시가 없는지 확인하세요.
적정 시세와 전세가율 확인
매매가격이 떨어지거나 경매가 진행되면 보증금을 전부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전세가가 매매가에 가까울수록, 즉 전세가율이 높은 집일수록 더 신중해야 합니다. 이른바 깡통전세는 집의 매매가격보다 앞선 순위의 근저당(대출 등)과 채권(다른 세입자 보증금 등)이 더 많아서 집을 팔아도 다 갚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시세를 볼 때는 내 보증금만이 아니라 앞선 대출 + 앞선 보증금 + 내 보증금을 합쳐 집값과 비교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등기부등본으로 선순위 권리관계 확인
등기부등본은 흔히 부동산의 신분증이라고 부릅니다. 다음 내용은 반드시 확인하세요.
- 소유자가 계약하려는 사람과 같은지
- 가등기, 가압류, 근저당 등 담보권 설정이 있는지
- 신탁등기가 되어 있는지(있다면 신탁회사 동의 없이는 계약하면 안 됩니다)
등기부등본은 한 번 떼고 끝내지 말고, 가계약 전, 본계약 당일, 잔금 직전에 각각 다시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 확인
임대인이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금이 먼저 빠져나가 보증금 반환에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전에는 임대인에게 납세 확인을 요청하고, 계약 후에는 임대인 동의 없이도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지방세는 주민센터나 위택스에서 확인합니다.
사람 확인: 집주인과 중개사가 진짜인지
- 임대인 신분 확인: 신분증과 등기부등본의 소유자 정보를 대조합니다. 대리인이 나왔다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집주인과 직접 통화해 계약 의사를 확인하세요.
- 공인중개사 등록 여부 확인: 정상 등록된 공인중개사인지 반드시 확인한 뒤 계약하세요. 월셋집을 전셋집으로 속이거나 임대인 몰래 계약하는 중개 사기도 실제 유형으로 꼽힙니다.
- 신탁 부동산이면 신탁회사 동의: 등기부상 소유자가 신탁회사로 되어 있다면, 집주인이라고 소개받은 사람과만 계약해서는 안 됩니다.
관악구는 관내 전세사기 피해의 88%가 다세대·다가구·다중주택에서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러 세대가 한 건물을 나눠 쓰는 다가구주택은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이 노려지기 쉬우니, 이런 유형의 집이라면 선순위 보증금 확인에 특히 공을 들이세요.
계약 직후부터 입주까지: 기한이 있는 일들
계약서를 쓴 뒤에는 정해진 기한 안에 해야 하는 일이 몰립니다. 이 단계를 놓치면 이중계약이나 계약 당일 근저당 설정 같은 수법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 할 일 | 기준·기한 | 왜 필요한가 |
|---|---|---|
| 주택임대차 신고 | 보증금 6천만 원 초과 또는 월세 30만 원 초과 계약, 계약일부터 30일 이내 | 계약 사실을 공적으로 남겨 둠 |
| 잔금 전 등기부등본 재확인 | 잔금 지급 직전 | 계약 후 근저당·가압류가 새로 생겼는지 확인 |
| 전입신고 | 전입 후 14일 이내, 신고 다음 날부터 대항력 발생 | 제3자에게 임차 사실을 주장할 수 있는 힘 |
| 확정일자 | 전입신고와 함께 | 대항력과 확정일자를 갖춰야 우선변제권 발생 |
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대항력이 전입신고 다음 날부터 생긴다는 점입니다. 그 하루 사이에 집주인이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잡으면 은행이 내 보증금보다 앞서게 됩니다. 계약 당일 담보권 설정이나 임대인 변경 수법이 바로 이 틈을 노린 것이라, 계약서에 “잔금일까지 권리관계를 현 상태로 유지하고, 위반 시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넣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선순위 근저당 말소나 신탁등기 말소를 조건으로 계약했다면, 실제로 말소됐는지 등기부등본으로 확인한 다음에 잔금을 보내세요. 이런 특약을 지키지 않는 것도 전형적인 사기 유형입니다.
전입신고는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정부24에서 온라인으로 할 수 있습니다. 이사 갔는데 아직 다른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도 이중계약의 신호이니, 입주 전 집 상태를 직접 확인하세요.
입주한 뒤와 계약 만기까지
입주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입주 이후에 드러나는 사기도 있습니다.
- 선순위 보증금·근저당 허위 고지: 계약할 때 들은 금액과 실제가 달랐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는 경우입니다. 계약 전 자료로 확인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책입니다.
- 당해세와 임금채권 우선 변제: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그 집에 부과된 세금이나 임금채권이 세입자 보증금보다 먼저 배당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의 체납 확인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 전출신고 후 벌어지는 사기: 보증금을 다 돌려받기 전에 전출신고를 하면 대항력이 사라집니다. 그 사이 집주인이 근저당을 잡는 경우가 있으니, 보증금을 받기 전에는 주소를 옮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 계약 만기 후 일방적인 보증금 미반환: 끝까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상황에 대비하는 장치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입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 가입을 고려해 보세요.
그 밖에 내 명의를 도용한 대출 사기, 브로커를 끼고 보증보험에 가입시켜 주겠다는 사기도 주의 대상으로 꼽힙니다. 보증보험은 보증기관에 직접 확인하고, 신분증 사본이나 인증 정보를 함부로 넘기지 마세요.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안심전세 App에서는 전세계약 전에 꼭 확인해야 할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계약 전 점검에 활용할 만합니다.
정부의 전세사기 예방대책
국토교통부는 2026년 3월 1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계약 전에 예비 임차인이 선순위 보증금 같은 전세거래 위험 정보를 한 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사기예방센터를 운영하며 집 고를 때, 임대인 확인할 때, 계약서 작성할 때, 계약 직후, 입주 이후, 계약 종료 후까지 단계별 사기 유형과 대처 방법을 정리해 두고 있습니다. 관악구처럼 자치구 차원에서 전세사기피해 365 열린창구를 두고 상담하는 곳도 있으니, 내가 사는 구청에 비슷한 창구가 있는지 찾아보세요.
서울시 전세계약 전 체크리스트 8가지와 상담
서울시는 전세계약 전에 꼭 확인해야 할 8가지를 따로 정리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 적정 전세가격 확인하기
- 전세가율 확인하기
- 등기부등본 확인하기
- 건축물대장 확인하기
- 임대인 체납세금 등 확인하기
- 공인중개사 및 집주인 확인하기
- 중개물건 등록 확인하기
- 보증보험 확인하기
서울시 안내에서 눈에 띄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세가율: 8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봅니다.
- 적정 전세가격 상담: 상담을 신청하면 접수 결과를 문자로 알려 주고, 2일 내(공휴일 제외) 감정평가사가 전화로 상담합니다.
- 건축물대장: 정부24나 모바일로 열람할 수 있고, 용도에 ‘근린생활시설’이 있으면 주택이 아니므로 주거용 건축물인지 꼭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 임대인 체납세금 열람: 열람신청서, 신분증, 임대차계약서 등을 들고 전국 세무서에 방문해 신청합니다. 보증금 1천만 원 초과 계약은 계약 체결 후 임대인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고, 계약 전이거나 보증금 1천만 원 이하 계약은 임대인 동의가 필요합니다.
- 전세피해확인서: 확인서를 발급받은 전세피해 임차인은 정부의 저리 기금 대출(금리 1~2%대) 상품과 긴급 주거지원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서울시가 발급 안내와 접수를 돕습니다.
경기도는 1인가구 포털 자료실에 등기부등본 보는 법을 다룬 전세사기 예방 영상 등을 올려 두고 있어, 서류 읽는 법이 낯설다면 참고하기 좋습니다.
정확한 최신 기준은 관악구 공식 안내와 HUG 전세사기예방센터 공식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